유럽 투어 놀래킨 이재경의 배짱과 클러치 능력
03.28 01:09
유러피언투어라는 큰 무대에서도 15세 유망주 이재경은 놀라운 위기관리와 클러치 능력을 뽐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재경은 15세라는 어린 나이 때문에 모로코 아가디르 로열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트로피 핫산 2세 대회에서 주목을 끌었다. 선수들과 캐디들은 한국의 낯설고 어린 선수 등장에 “15세 밖에 되지 않다니 믿을 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비록 4오버파로 컷 통과는 실패했지만 이재경의 패기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재경은 버디 3개, 보기 4개를 기록하며 중간합계 4오버파를 기록했다.
특히 2번 홀(파3)에서 놀라운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가장 어려운 이 홀에서 이재경의 티샷은 길어서 그린을 넘어가 화단에 빠졌다. 겨우 공을 찾았는데 나뭇가지 위에 공이 놓였고, 깊숙한 곳에 박혀 어프로치가 어려웠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이재경은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떨어진 곳에서 두 클럽의 구간 내에서 드롭을 한다고 해도 화단을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이재경은 다시 티박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6번 아이언으로 힘껏 휘둘렸다. 클럽을 떠난 공은 핀 1.5m 옆에 붙었다. 순간 동반자와 캐디들 그리고 경기위원까지 박수를 치면서 ‘나이스 샷’을 외쳤다. “우와 진짜 잘 맞다”며 환하게 웃은 이재경은 보기로 위기를 넘겼다.
이재경은 1라운드 15번 홀(파5)에서도 티샷이 밀려 화단에 빠져 로스트볼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잠정구에 이은 네 번째 샷을 페어웨이 우드로 호쾌하게 때려 그린에 올렸고, 보기로 선방한 바 있다.
장기인 퍼트도 정말 놀라웠다. 1라운드 28개, 2라운드 30개로 동반자 안병훈보다 적었다. 안병훈은 “퍼트가 정말 인상적이다. 배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경은 클러치 상황에서 퍼트를 어김없이 넣으며 파 세이브를 잘 해나갔다. 그리고 버디 3개를 낚으며 컷 통과도 가능한 스코어를 만들었다.
6번 홀(파4)에서 2m 버디를 놓친 게 가장 아쉬웠다. 2오버파에서 1오버파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컷 통과를 생각하다 보니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7번 홀(파4)에서 1.5m 파 퍼트를 놓치면서 힘이 빠졌다. 이재경은 “5번 홀까지 즐겁게 하고 많이 웃은 것 같은데 6번 홀부터 컷 통과를 생각하니 긴장을 했던 것 같다. 6, 7번 홀이 가장 아쉽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재경은 “다시 1라운드부터 시작하면 충분히 컷을 통과할 것 같다. 제 나이에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지만 결과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코스에서 값진 경험을 쌓은 그는 “이제 한국 코스가 전혀 어려울 것 같지 않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JTBC 골프는 대회 3라운드를 28일 오후 10시부터 생중계한다.
아가디르=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