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목록

미스샷도 즐겼던 15세 이재경에 관계자들 감탄

03.27 06:51

이재경은 26일 트로피 핫산 2세 1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기록했지만 15세 소년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회운영위 제공]


강한 햇빛에 그을려 홍조를 띤 얼굴은 마치 상기된 이재경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 했다.

15세 괴물 이재경이 26일 모로코 아가디르 로열 골프장에서 열린 트로피 핫산 2세 대회 1라운드에서 유러피언투어 첫 경험을 했다. 버디 3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3오버파 공동 94위. 스코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경은 함께 라운드를 했던 잉글랜드 출신의 제이슨 바네스(4오버파)보다 성적이 좋았다. 또 아마추어 출전 선수 중에서도 가장 잘 쳤다. 다른 2명의 아마추어는 8오버파를 적었다.

이재경은 거리가 동반자보다 20~40야드 덜 나갔지만 긴 클럽으로도 정교한 세컨드 샷을 때리며 단점을 메우는 모습이었다. 2번 홀에서는 그린을 놓친 이재경은 첫 보기를 적었다. 6번 홀에서는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도 그린을 놓쳐 4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8, 9번 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적어 전반을 5타 잃은 채 마쳤다.

하지만 후반에 장기인 퍼트가 살아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쉽게 2온이 되는 홀인 10번 홀에서 50cm 버디에 성공하면서 첫 버디를 낚았다. 그리고 11번 홀에서도 2.5m 버디를 솎아냈다. 순식간에 2타를 줄인 이재경은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13번 홀에서는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치고 올라갔다. 좋았던 분위기는 15번 홀에서 꺾였다.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화단에 들어갔는데 결국 공을 찾지 못해 로스트볼 처리가 됐다. 타수를 줄여야 하는 홀에서 보기를 한 이재경은 끝내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라운드를 마쳤다.

이재경은 “미스 샷이 나도 즐거웠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인상을 찌푸리거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이자 관계자들은 “멘털이 정말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러피언투어에서도 어려운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로열 골프장에서 15세 소년이 선전하자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동반 라운드를 했던 바네스의 스윙 코치는 “정말 15세가 맞느냐. 매우 강하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안병훈의 캐디 딘 스미스도 “15세라고 믿기지 않는다”라고 놀라워했다. 이 조를 담당했던 마샬도 “어메이징, 판타스틱”이라며 괴물 소년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이재경은 “3번 홀까지는 샷이 잘 맞았는데 방심하다 미스가 나왔고 그린이 어려워서 타수를 잃었다. 후반에는 ‘최선을 다하자’, ‘재밌게 치자’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던 게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미스 샷이 나와도 처음 경험해본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프로의 벽도 느꼈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특히 쇼트 게임과 기술 샷을 더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라운드는 좀 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 예선 통과가 목표인데 아직 멀리 있는 것 같다. 못해도 3타는 줄여야 할 것”이라며 “초반에는 지키다 5번 홀부터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함께 라운드를 했던 안병훈은 그린을 4번 밖에 놓치지 않을 정도로 샷감이 괜찮았지만 34개의 퍼트를 하며 타수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안병훈은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공동 50위에 자리했다. 3개의 파5 홀에서 2온 성공 후 3개의 버디를 낚은 안병훈은 “사실 오늘 같은 샷감이면 8개 정도는 줄여야 했다. 2라운드에서도 이 샷감을 유지하고 퍼트만 조금 더 들어간다면 좋은 스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훈은 이재경에 대해 “거리는 짧지만 샷이 좋다. 특히 퍼트가 상당히 강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세계랭킹 79위 이와타 히로시는 17번 홀까지 무려 12타를 잃었고, 1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한 채 기권을 선언했다. 쿼드러플 보기와 트리플 보기가 각 1개였고, 더블보기 2개, 보기 3개(버디 2개)로 참혹한 스코어를 적었다. 또 다른 일본 선수 마쓰무라 미치오는 이븐파 공동 50위에 자리했다.

JTBC 골프는 대회 2라운드를 27일 오후 10시부터 생중계한다.

아가디르=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 공유

자랑하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