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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괴물 이재경의 설렘 가득한 유럽 투어 도전기

03.24 08:30

이재경은 유러피언투어 첫 도전기를 위해 장장 31시간의 여정을 거쳐 모로코 아가디르에 도착했다.

15세 어린 나이로 행운의 유러피언투어 출전 티켓을 얻었지만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제2의 최경주’로 불리는 골프 유망주 이재경(청주신흥고)은 1999년 12월생으로 이제 만 15세에 불과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남자 골프대표팀의 막내지만 아직까지 해외여행이 두려운 나이다. 게다가 주최 측의 추천으로 출전권을 얻은 유러피언투어 핫산 2세 트로피까지의 여정은 어쩌면 혹독하기까지 했다.

이재경은 지난 2월 태극마크를 달고 호주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에서 가장 멀리 이동했던 장거리 비행이었다. 호주 시드니까지 10시간 정도 걸렸는데 그나마 대표팀 동료, 코치진과 함께 라서 큰 부담감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재경은 “정말 비행기 안에서 시간이 안 가서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이번에는 대회가 열리는 모로코 아가디르까지 22일 밤 12시부터 24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무려 31시간이나 걸렸다. 더군다나 기자가 유일한 동행자이자 보호자였다. 인천을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해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도착했고, 국내편이 많지 않아 아가디르로 이동하기 위해 무려 7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재경은 “지난 달 갔다 왔던 호주는 아무것도 아니네요. 누워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이재경에게는 행복 에너지가 가득하다. 지난 달 필리핀 전지훈련 기간에 출전 소식을 들었다는 이재경은 “샷이 잘 안 맞더라도 핫산 2세 트로피 대회만 생각하면 신이 났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부러운 시선도 한 몸에 받았다. 대표팀 형들이 ‘어떻게 출전 기회를 잡았는지’에 대해 신기한 듯 물어보며 사진을 많이 찍어 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재경은 “아빠와 형들이 경험하러 가는 거니까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말고 분위기를 즐기고 많이 느끼고 오라고 했어요”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중3이었던 지난해 이재경은 형들을 긴장시키며 괴물로 떠올랐다. 그는 허정구배를 비롯해 아마추어 대회에서 5승을 챙겼고, KPGA 코리안 투어 CJ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3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끌었다. 2014년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낸 그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 아마추어 대회도 출전하고 있다. 최경주 재단 출신으로 최경주도 인정한 유망주인 이재경은 한국 골프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175cm, 82kg의 체격 조건을 갖춘 이재경은 아직까지 드라이브 샷 거리는 265~270야드로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160야드 내 아이언 샷에 자신 있고, 퍼트가 장기라고 한다. 사실 어릴 때는 키가 작아서 걱정도 많았다. 중1 때 153cm로 반에서 키가 손꼽힐 정도로 작았던 이재경은 ‘아버지의 4년 성장 프로젝트’ 덕에 지금은 또래들의 평균 신장 수준까지 컸다. 콩나물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에 콩나물을 많이 먹었고, 한방병원에서 키 크는 성장탄도 꾸준히 먹고 있다. 아버지 이갑진 강남식품 대표는 “중1 때 운동선수로 성공의 열쇠를 얼마만큼 성장하느냐로 봤다. 지인이 한약방을 하는데 성장에 좋은 약재들을 후원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성장에 좋다는 건 계속 먹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러피언투어에서 이재경은 신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180cm 중반대의 장신들이고, 투어 프로들의 신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경은 “이번 대회는 배우고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하루에 1언더파를 목표로 삼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K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한데다 US 아마추어 오픈 우승자인 양건과의 연습 라운드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던 이재경이다. 짜증이 많고 항상 경직된 표정으로 골프를 쳤던 이재경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시작하면서 골프가 잘 풀리고 있다.

이재경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 62타다. 지금껏 쳤던 골프장 중 가장 어려운 코스가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이다. 하지만 26일부터 핫산 2세 트로피가 열리는 아가디르 로열 골프장이 생애 가장 어려운 코스가 될 전망이다. 이재경은 “지난해 대회를 챙겨 봤는데 그린의 경사가 심하고 그린 주변이 아주 까다로운 코스였어요. 해변을 끼고 있어 바람까지 분다면 정말 도전적인 코스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도전적인 코스’라는 말에 이재경은 지난해 프로 대회에서 보여줬던 맹수 같은 눈매가 다시 한 번 번쩍였다.

JTBC 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26일 오후 8시부터 생중계한다.

아가디르(모로코)=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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