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세컨드샷-양희영, 올림픽, 골프
03.02 09:07

1일 우승한 양희영은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모두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릉인’이기 때문에 욕심이 날 것이다. 어머니 장선희씨는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다. 양희영의 부모는 딸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올 시즌 LPGA 투어의 한국 선전도 올림픽과 관계가 있다. 최나연과 박인비, 김세영은 “내년 리우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에 골프는 내년 리우 올림픽에서 1904년 이후 112년 만에 부활된다.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선수로 선발되기는 쉽지 않다. 양궁처럼 대표 선발이 메달 따는 것만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전 기준은 남녀 각각 60명에 1국가에 2명까지인데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선수가 많으면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 여자는 4명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일 기준으로는 박인비, 유소연, 김효주, 양희영이다. 세계랭킹 10위인 양희영이 턱걸이로 들어간다. 그러나 현재 한국 선수들의 분위기로 볼 때 내년에는 세계랭킹 이 보다 더 커트라인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골프 선수가 없는 나라는 세계랭킹이 300등 정도도 출전할 수 있는데 한국 선수들은 차별을 받는 셈이다.
현재 한국 선수 상위 4명이 내년 7월 11일 최종 엔트리 마감일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이 4명을 제외하고 대표팀에 들어갈 후보로는 백규정, 최나연, 이미림, 안선주, 장하나, 김세영 등이다.
축구는 최고 선수를 올림픽에 보내지 않는다. 그럴 경우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이벤트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이제한을 두고 와일드카드 몇 명을 넣은 적당히 뛰어난 선수를 보내 맛보기만 보여준다. 야구도 올림픽 기간에 메이저리그의 시즌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최고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다. 최고 선수를 요구하는 IOC가 야구를 올림픽에서 제외한 이유다. 올림픽과 메이저 종목간의 신경전이다.
골프가 축구나 야구 같은 메이저 종목은 아니다. 그러나 골프에서도 최고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디 오픈이나 마스터스같은 메이저대회의 위상이 낮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담 스콧도 그런 의사를 피력했다.
한 세기 전에도 그랬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는 골프 대회가 포함됐다. 32명이 참가해 그럭저럭 치러졌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시작전부터 말썽이 많았다. 발단은 이렇다.
브리티시 올림픽 위원회는 영국 내 모든 골프관련 단체에 올림픽에 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골프 룰 등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단체인 R&A는 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두 단체는 공문 발송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사실 별 문제는 아니었다. 우체국을 탓하는 것이 더 옳았다.
진짜 문제는 어떻게 올림픽 골프를 열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R&A는 올림픽에 무관심했다. 올림픽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며 주도권을 다른 단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골프를 즐기는 귀족들은 올림픽 종목이 되는 걸 탐탁치않게 여겼다.
올림픽 위원회는 사흘간 36홀씩 스트로크 경기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독자적으로 발표했다. 개인의 성적으로 개인전 우승자를 가리고 팀 이벤트는 선수의 타수를 합산해서 내리기로 했다. 각 국은 한 팀에 6명씩을 출전시키고 그 중 성적이 좋은 4명의 스코어만 발췌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또 영국(United Kingdom)의 4개 나라(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각국은 최대 4개 팀씩을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말이 많았다. “대회 직전에 열리는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를 그냥 올림픽 우승자로 하지 왜 귀찮게 두 번씩 대회를 치르는가”, “굳이 하려면 일정을 조절해 짧게 해라”, “골프가 제대로 보급도 되지 않은 벨기에가 4팀을 보낼 수 있는데 골프 종주국인 스코틀랜드는 한 팀만 출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 불만이 쏟아졌다.
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을 하는 것은 골프의 아마추어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 들어있지도 않던 골프를 왜 올림픽에서 하냐는 주장도 나왔다. 하도 시끄러워 영국의 더 타임스는 “올림픽 골프는 실수이거나 부분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올림픽을 외면했다.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 비해 런던 올림픽 참가 선수는 3배(약 2000명)로 늘었는데 골프 출전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영국 올림픽 위원회는 “많은 골퍼들이 신청을 했는데 신청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돌려보냈더니 정해진 시간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청 양식을 제대로 채운 선수는 세인트 루이스 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인 조지 리온(캐나다) 뿐이었다. 리온은 경기를 하지 않고도 대회 우승컵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냥 금메달을 거절했다. 1908년 올림픽에선 단 하나의 스트로크도 없었고 이후 올림픽에 골프는 사라졌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이번 대회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목의 경기가 반드시 치러지도록 하라”는 지시에 의해 골프가 부활할뻔했는데 무산됐다.
한국 여자 골프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2016년 올림픽에서는 중국 여자 탁구 같은 현상도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중국 선수들이 귀화를 해 여러 나라로 진출하고 그 선수들끼리 올림픽에서 경쟁을 하는 현상이다.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각각 싱가폴, 브라질, UAE, 인도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직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호준 기자
hojun.s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