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51승 빌리 캐스퍼 작고
02.08 16:51

PGA 투어 51승을 한 빌리 캐스퍼가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다. 캐스퍼의 이력은 화려하다. PGA 투어 다승 부문 7위에 올라 있고 1959년과 66년 US오픈, 70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66년과 70년에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바든 트로피를 5차례 받았다. 78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5세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16세때 벤 호건이 동네에서 시범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골프에 전념하게 됐다고 한다. 캐스퍼는 퍼트를 잘 했다. 나중에 호건을 다시 만나게 됐는데 호건이 퍼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어둠 속에서 퍼트를 하면서 연습한 것이 온몸의 감각을 끌어올리며 퍼트 실력을 늘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저평가된 골퍼다. 그의 전성기는 빅 3인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개리 플레이어의 시대였다. 캐스퍼는 플레이어보다 우승이 많다. 특히 64년과 70년 사이에는 캐스퍼가 빅3 중 누구보다 많이 우승했다. 니클라우스 보다 2승이 더 많았고 파머와 플레이어의 우승을 합친 것보다 6승을 더 했다.
56년부터 71년까지 16시즌 동안 1년에 최소 1승씩을 거뒀는데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러스의 17시즌 연속 우승에 한 시즌 모자라는 기록이다.
캐스퍼가 저평가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IMG의 창업자인 마크 맥코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캐스퍼가 빅3에 들어가는 것이 옳았지만 맥코맥이 끼워주지 않았다. 또 하나는 1966년 US오픈이다. 모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 아널드 파머가 캐스퍼에게 9홀을 남겨 두고 7타를 앞서다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 이후 파머는 이전의 ‘왕’이라고 불리는 슈퍼스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고 캐스퍼도 미움을 받았다.
캐스퍼는 롱게임이 멋지지 않았다. 낮은 탄도의 런이 많은 드라이브샷을 쳤다. 그의 별명이 고릴라였는데 런이 와일드하다고 해서 얻게 됐다. 뛰어난 칩샷, 퍼트감으로 승부하는 캐스퍼를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캐스퍼는 1966년 US오픈을 두고“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나는 2등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와 친했던 파머는 도와주기 위해서 뭐든지 다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내가 우승했다”고 말했다.
캐스퍼는 몰몬교도였다. 어릴적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한 삶을 살았고 30대 초반 종교에 귀의했다. 11명의 아이를 뒀는데 그 중 여섯은 입양한 아이다. 그는 “역사나 메이저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아이가 11명이어서 가족 먹여 살릴 생각뿐이었다. 여러 선수가 메이저나 역사의 무게 때문에 경기 중 압박감을 받는데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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